《세종의 질문》 부록
세종 질문 도구
세종 질문 도구는 배하연 작가가 《세종실록》 원문에서 찾아낸 세종의 판단 방식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사람이 종이 한 장으로 쓸 수 있게 정리한 세 가지 도구입니다. 도서 《세종의 질문》(배하연 지음, 나비의활주로) 6부에 실려 있으며, 3단계 공식 · 하루 10분 면담 7질문 · 세종 질문 카드 5장으로 구성됩니다.
이 도구들은 정답지가 아닙니다. 감정으로 뭉친 고민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꾸는 순서입니다. 아래 질문은 전문을 그대로 공개합니다. 필요한 질문 하나만 꺼내 써도 됩니다.
도구 1
내 고민을 세종의 언어로
바꾸는 3단계 공식
사람은 기준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입니다. 서운하니까 끊어야겠다, 불안하니까 붙잡아야겠다, 화가 나니까 바로 말해야겠다, 좋아 보이니까 해야겠다. 이렇게 움직이면 스스로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감정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세종에게 가져갈 고민은 한 번 걸러져야 합니다.
모름을 인정한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고 적는 일부터 합니다.
- 나는 이 사람(이 제안, 이 일)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 무엇을 아직 모르는가.
세종은 왕이 된 직후에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의정·우의정과 이조·병조의 당상관과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려 한다” — 세종 즉위년 8월 12일
상고(詳考)하고 숙고(熟考)한다
상고는 자세히 살피는 일, 숙고는 그 사실 앞에서 마음이 식을 시간을 두는 일입니다.
- 이 사람은 지난번에도 비슷하게 행동했는가.
- 말과 행동이 반복해서 일치했는가.
-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졌는가.
- 이 제안과 비슷한 일을 맡았을 때 내 시간과 몸은 어떻게 되었는가.
- 이 일을 하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실제 기록인가, 아니면 기대인가.
- 오늘 꼭 답해야 하는가. 하루 뒤에도 같은 판단이 남을까.
- 지금 내 결론은 불안·화·욕심·죄책감 중 무엇의 영향을 받고 있는가.
작게 시행하고 조정한다
처음부터 전부 걸 필요는 없습니다. 작게 시행하면 실패도 작아지고, 배움은 더 구체적이 됩니다.
- “이번에는 바로 답하지 않겠습니다.”
- “이 조건을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 “이 일은 한 달만 해보겠습니다.”
- “이 사람에게는 작은 역할부터 맡겨보겠습니다.”
- “이 관계에서는 여기까지가 제 선이라고 말해보겠습니다.”
모른다. 살핀다. 기다린다. 작게 해본다.
적용
질문이 바뀌면
결론이 바뀝니다
| 감정으로 뭉친 고민 | 세종의 언어로 바꾼 질문 |
|---|---|
|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 | 이 사람은 이 판을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가? |
| 이 제안을 받아도 될까? | 이 제안은 지금 내 기준을 넓히는가, 흐리게 만드는가? |
|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바꿔야 할까? |
| 이 기회를 잡아야 할까? | 이 제안은 지금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게 하는가? |
| 어떻게 해야 하지? | 내가 지금 무엇을 모르는가? |
도구 2
세종 사수와 나누는
하루 10분 면담 7질문
공식은 한 번 읽었다고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모름을 인정하고 상고하며 숙고하고 작게 시행하는 일은 이해보다 반복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종이 한 장, 휴대폰 메모장이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쓰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의 순서입니다.
총 10분입니다. 시간을 정해두는 이유는 오래 고민하라는 뜻이 아니라, 고민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아침보다는 일이 끝난 뒤, 혹은 중요한 답장을 보내기 전에 쓰는 것을 권합니다. 마음이 이미 흔들린 상태에서 하는 면담이기 때문입니다.
- 오늘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무엇인가?“이 제안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 사람과 계속 일해도 될지 모르겠다.” “거절하면 나쁜 사람 될 것 같다.”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흐릿한 고민을 꺼내는 것 자체가 면담의 시작입니다.
- 내가 지금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확인하지 않았는데 이미 안다고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적어봅니다.
- 이미 알고도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새로운 답을 찾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기준을 먼저 꺼내보는 시간입니다.
- 느낌보다 기록으로 보면 무엇이 보이는가?상고는 감정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반복된 사실을 보는 일입니다. 반복된 사실 하나만 적어도 판단은 덜 흔들립니다.
- 하루 뒤에도 같은 판단이 남을까?지금 내 결론은 불안·화·욕심·죄책감 중 무엇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적어봅니다. “하루만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좋은 숙고입니다.
- 지금 나를 지켜줄 기준 문장은 무엇이지?앞의 답을 한 문장으로 줄입니다. “나는 호감이 아니라 역할로 사람을 판단한다.” “나는 미안함 때문에 기준을 몰래 바꾸지 않는다.”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 이상 미루지 않는다.”
- 오늘 하지 않을 행동과 작게 해볼 행동은 무엇인가?바로 수락하지 않는다, 대신 조건을 문서로 요청한다. 바로 끊어내지 않는다, 대신 경계를 한 문장으로 말한다.
7개를 매번 완벽하게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1번과 2번만 적어도 충분하고, 어떤 날은 기준 문장 하나만 건져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거창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판단이 감정에 끌려가고 있는지 한 번 멈춰보는 것입니다.
도구 3
중요한 결정 앞에서 꺼내는
세종 질문 카드 5장
중요한 결정 앞에서 우리는 자주 ‘좋은지 아닌지’에 관해 묻습니다. 좋은 사람인가, 좋은 기회인가, 좋은 일인가, 좋은 관계인가. 그런데 따져보면 ‘좋다’는 말만큼 흐린 말도 없습니다. 이 카드는 좋아 보이는가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좋은가를 묻습니다. 다섯 장을 다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카드 하나만 고르면 됩니다.
이 사람은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가
좋은 사람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 이 사람은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준 적이 있는가.
- 문제가 생겼을 때 도망가는가, 함께 책임지는가.
- 나는 이 사람을 믿는 걸까, 좋게 보고 싶은 걸까.
- 큰일을 맡기기 전에 작은 일로 확인해볼 수 있는가.
- 이 사람과 함께하면 내 기준이 선명해지는가, 흐려지는가.
사람 카드는 누군가를 판단하기 위한 카드가 아닙니다. 내 기대가 사람을 앞질러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카드입니다. 검증은 차가운 일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가게 하는 따뜻한 기준입니다.
이 기회는 조건을 확인해도 선명한가
좋은 제안은 설레는 일이 아니라 조건을 확인해도 선명한 일입니다.
- 이 제안은 조건을 물었을 때 더 선명해지는가.
- 지금의 이익보다 나중에 감당해야 할 책임이 더 크지는 않은가.
- 내 이름이 걸려도 부끄럽지 않은 일인가.
- 이 일을 맡으면 지금 지켜야 할 중요한 일을 놓치지는 않는가.
-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하루를 두어도 사라지지 않을 기회인가.
제안 카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카드가 아닙니다. 좋은 기회와 조급함을 구분하기 위한 카드입니다. 좋은 기회는 하루 기다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일은 나를 오래 가게 하는가
이 일은 나를 키우고 있는가, 갉아먹고 있는가.
- 성과가 아니라 불안 때문에 놓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 그만두고 싶은 것인가, 방식을 바꾸고 싶은 것인가.
- 계속하려면 무엇을 줄이고, 누구에게 나눠야 하는가.
- 내 몸은 이미 그만하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구조가 지금 있는가.
일 카드는 포기할 이유를 찾기 위한 카드가 아닙니다. 오래 하기 위한 구조를 찾는 카드입니다. 책임감은 나를 갈아 넣는 방식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이 관계는 서로의 기준을 존중하는가
이 관계에서 나는 편안한가, 늘 긴장하는가.
- 나는 도와주는 것인가,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인가.
- 상대가 힘들다는 이유로 내 기준은 계속 밀리고 있지 않은가.
- 내가 거절하지 못해서 나중에 원망하고 있지는 않은가.
- 이 관계 안에서 내 몸과 마음도 존중받고 있는가.
- 이 관계는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는가.
관계 카드는 상대를 끊어내기 위한 카드가 아닙니다. 관계 안에서 나도 함께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카드입니다. 좋은 관계는 참는 사람 하나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나는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도움과 할 수 없는 도움을 구분했는가.
-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원망이 되지는 않을까.
- 나는 차갑게 끊으려는가, 정직하게 선을 말하려는가.
- 오래가기 위해 오늘 말해야 할 한 문장은 무엇인가.
- “이번에는 어렵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맡기 어렵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을 정직하게 말하고 있는가.
경계 카드는 관계를 벌주기 위한 카드가 아닙니다. 내가 계속 좋은 마음으로 남기 위해 필요한 카드입니다. 경계는 마지막에 폭발하듯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초반에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다섯 카드는 정답지가 아닙니다. 모든 질문에 답하려고 하면 오히려 또 다른 숙제가 됩니다. 사람 문제라면 사람 카드를, 제안 문제라면 제안 카드를, 일이 흔들린다면 일 카드를 꺼내면 됩니다. 좋은 질문은 나를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좋은 질문은 내가 외면하던 기준 앞에 나를 조용히 앉힙니다.
보너스
경복궁을 질문으로 걷는
다섯 공간
질문이 공간과 만날 때 세종은 더 가까이 옵니다. 건물의 이름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고 천천히 걸어보면 됩니다.
| 공간 | 뜻 | 이 앞에서 던질 질문 |
|---|---|---|
| 광화문 | 광화(光化). 빛이 사방으로 퍼지고 사람과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 나는 지금 무엇을 비추기 위해 이 문을 통과하는가. |
| 근정전 | 근정(勤政). 왕이 정사를 부지런히 돌보는 곳 | 나는 부지런한 것인가, 아니면 그저 분주한 것인가. |
| 사정전 | 사정(思政). 정사를 생각하는 전각 | 빨리 편해지고 싶은 마음을 판단이라고 부르고 있지는 않은가. |
| 집현전 터 | 집현(集賢). 어진 사람, 좋은 인재가 모인다 | 나는 누구와 함께 생각하고 있는가. |
| 경회루 | 경회(慶會). 경사스러운 만남 | 나는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을 열고 있는가, 아니면 먼저 재고 있는가. |
근정전은 세종이 왕으로 즉위하는 의식이 거행된 곳입니다. 태종 18년 8월 8일, 태종은 경회루 아래에서 신하들을 불러 선위 의사를 밝혔고, 급히 불려온 세자에게 “애야, 이제 대보(大寶)를 주겠으니 받아라”라고 말했습니다. 실록은 ‘세자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역할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지만, 기준은 그날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질문들이 나온 배경과 실록 장면은 《세종의 질문》 6부에 실려 있습니다
조직에서 이 질문들을 함께 써보고 싶다면, 팀장·신임 리더 대상 세종실록 리더십 강의와 경복궁 리더십 투어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